지난달 18일 영상통화 너머 위 대표가 로봇의 손 위에 달린 카메라를 가리켰다. 중국 최대 게임회사 넷이즈(网易)에서 내부 육성을 거친 뒤 지난해 6월 독립했다. 전문 물리치료사의 손길을 인공지능(AI)이 학습해 1㎝ 미만의 정밀도로 혈자리를 꾹꾹 눌러주는 게 로봇 ‘R1’의 특기다. 지난해 항저우에 둥지를 튼 275개의 로봇회사 중 한 곳인 이치웨이라이에는 최근 중국 기술업계를 달구는 키워드들이 압축적으로 담겨 있다. 거의 모든 발전의 주체는 기업이었다. 이를 짚기 위해 경향신문은 2025년 한 해 이뤄진 양국 스타트업·중소기업 투자 1만여건과 1000건에 달하는 인수합병(M&A) 사례를 꼼꼼히 분석했다. 투자 규모는 거의 20분의 1 수준이었다. 이치웨이라이 같은 초기 기업에게 100억 단위 투자금이 주어질 때 한국의 신생 기업은 10억 남짓을 간신히 유치하는 게 고작이다. 그 결과 한국과 중국의 한국의 스타트업 투자 총액은 7조2826억원으로 집계됐다. 18배 차이다. 기업이 가장 초반에 받는 시드(Seed) 투자에서부터 한국은 17억2500만원, 중국 40억5000만원으로 2배 이상 차이가 났다. 한국은 1103곳의 스타트업·중소기업이 총 1296건 투자를 받았고, 중국은 7012곳이 8309건 투자를 받았다. 중국은 ‘첨단 제조’ 투자가 가장 활발했다. 반면 한국에서 제일 투자가 활발했던 분야는 헬스케어·미용이었다. 총 투자액도 1조6765억원으로 가장 많다. 일례로 인공치아 스타트업 ‘메디트’가 지난해 9월 엠비케이파트너스 등으로부터 1400억원 상당의 시리즈B 투자를 받았다. AI는 없어서는 안 될 사업 도구가 됐다. 한국에서 지난해 투자받은 기업들 중 244곳(22%)이 AI 기술을 사업에 적용했다. ‘AI 법률 문서 작성 서비스’, ‘AI 기반 부동산 분석 자동화 솔루션’처럼 고유의 비즈니스에 AI를 결합한 형태다. 중국도 이 같은 AI 적용 기업이 1281곳(18.2%)이었다. ‘AI 모델 개발’ 업종은 개별 기업이 가장 많은 자본을 유치한 분야였다. 모든 AI 어플리케이션(앱)의 기반이 되는 거대언어모델(LLM) 등을 개발하고 연관 플랫폼을 제공하는 사업이다. 중국에서는 지난해 AI 모델 기업 58곳이 평균 2억5180만위안(503억6000만원)을 투자받았다. 1992년생 칭화대 수석 출신 양즈린이 세운, ‘제 2의 딥시크’로도 불리는 문샷AI가 지난해 10월 6억달러(8400억원)를 유치한 게 주요 사례다. 한국에서는 AI 모델 관련 기업 9곳이 평균 290억원을 투자받았다. LLM ‘솔라’를 만드는 업스테이지가 지난해 8월 산업은행 등으로부터 620억원을, 생성형 AI 모델 플랫폼을 제공하는 뤼튼은 830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한국이 ‘헬스케어·미용’ 집중할 때…중국은 AI·하드웨어 결합
중국의 요즘 화두는 AI를 로봇 같은 물리적 형태로 구현한 ‘피지컬(Physical) AI’다. 예잔치(叶展旗)씨는 초기 스타트업 투자를 주로 하는 5년차 VC 투자자다. 드론·이어폰 같은 다양한 전자제품도 포함된다”고 전했다. 최근 AI 기술이 중국의 제조업 베이스와 결합해 시너지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 로봇·반도체·모빌리티·드론·첨단제조까지 망라한 ‘하드웨어’ 관련 투자가 중국은 총 4375건으로 52.6%를 차지했으며 총 투자액은 77조8335억원에 이른다. 반면 한국은 하드웨어 분야 투자가 전체의 24.4%(316건) 정도이고 투자금도 2조4760억원에 그쳤다.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총 30억5000만위안(6100억원) 투자를 유치한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 제조사 갤봇(GALBOT·銀河通用)의 ‘G1’ 모델. 중국에서는 2025년 43곳의 스타트업이 유니콘 반열에 올랐다. 회사 설립 후 유니콘이 되기까지 평균 7년8개월이 걸렸다. 반면 한국의 유니콘은 지난해 7월 신경망처리장치(NPU) 개발사 퓨리오사AI가 기업가치 1조원을 넘긴 것 외에는 전무하다. 회사 설립 이후 예비·아기유니콘이 되기까지는 평균 6년8개월이 걸렸다. 일반적인 루트인 인수합병(M&A)은 중국에서 지난해 911건 이뤄졌다. 지난해 4월 광저우의 한 실험장비 기업이 이 회사 지분 절반을 사들였다. 한국에서는 지난해 97건의 스타트업·중소기업 M&A가 이뤄졌다.